지금의 유럽 경제는 다시 재정위기의 전조형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2009년부터 생겨났던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의 국가부채 위기에서 발발되었으며 유로존 전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태로 발전했다. 그리고 지금, 고금리·고물가·저성장 삼중고 속에서 과거와 비슷한 구조적 위기가 유럽을 다시 짓누르고 있다.
남유럽 부채위기: 2010년과 2025년의 유사성
2009~2012년 사이의 유럽 재정위기는 주로 남유럽 국가들의 과도한 국가부채와 재정의 적자상태에서 시작됐다. 그 중에서도 그리스는 재정통계 조작이 밝혀지며 시장과 국가들의 신뢰를 잃었고 채권금리가 폭등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도 연쇄적으로 위기에 노출되었으며 유로존 전체가 시스템 위기로 번질 위기에 처했다. 당시 유럽중앙은행(ECB)과 IMF의 긴급 구제금융, 구조조정, 긴축정책 등이 시행되어 잠잠해지나 했으나 각국 국민들의 극심한 반발과 실업률 급등이 사회 혼란을 야기시켰다. 2025년의 남유럽은 여전히 재정 취약성을 안고 있다. 팬데믹 이후 확대된 재정지출이 전혀 줄지 않았고, 유럽중앙은행의 통화긴축 정책으로 오히려 부채상환 부담이 커졌을 뿐이다. 특히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40%를 넘고 있으며, 채권시장에서도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스 역시 금리 상승으로 인해 구조조정 후 회복했던 경제가 다시 둔화되고 있고 민간소비와 투자심리도 점점 얼어붙고 있다. 과거 위기의 시발점이 되었던 ‘시장 신뢰 붕괴’ 조짐이 일부 국가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으며, ECB의 역할과 공동 채무 발행 여부 등 유로존 내부 정책 대응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 되었다.
유럽중앙은행의 정책 한계와 위기 대응력 저하
과거 유럽 재정위기 당시 유럽중앙은행(ECB)은 적극적인 국채 매입, 유동성 공급,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위기를 진화시켰습니다. 특히 2012년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Whatever it takes” 발언은 시장에 큰 신뢰를 주며 위기를 진정시킨 상징적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ECB는 초저금리, 대규모 자산매입으로 오랜 기간 유럽 경제를 지탱해 왔습니다. 그러나 2025년 상황은 다릅니다.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서 ECB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금리는 이미 4%대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고부채 국가들의 이자 부담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경기 부양 여력은 줄어드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처럼 대규모 채권매입을 재개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통제 실패로 해석될 수 있어, 정책적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시장의 기대입니다. ECB가 과거와 같은 적극적 개입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국채금리 급등과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시금 ‘위험의 전염성’을 일으켜, 한 국가의 문제가 유로존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지정학 리스크와 구조적 취약성 결합
과거 유럽 재정위기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외부 리스크의 강도로 본다. 2010년대 초반에는 내부 재정구조 문제가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러-우 전쟁, 에너지 가격 불안,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지정학적 요인과 결합된 구조적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유럽의 경기 반등 여력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재정 건전성이 낮은 국가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게다가 EU 내 정치적 분열도 위기의 확산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긴축정책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으며, 극우·극좌 포퓰리즘(대중을 중시하는 정치사상 및 활동의 이데올로기; 대중과 엘리트) 정당이 지지를 얻고 있다. 이는 긴축(緊縮 , 지출을 줄임)에 기반한 통합 재정정책 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정책 공조 실패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이민 문제, 국방비 증가 요구, 에너지 전환 투자 등 예산 수요가 늘어나면서 균형재정 목표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 과거처럼 한 국가의 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확산되는 '도미노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며, 외부 요인과 내부 정치 갈등이 복합 작용할 경우, 위기 대응은 훨씬 더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2025년 유럽 경제는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 지정학 리스크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으며 과거 유럽 재정위기의 구조적 문제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의 정책 대응 여력이 과거보다 제한적이게 되었고, 정치적 갈등과 국제적 위협이 더해지먼서 복합 위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은 유로존 국가들이 공동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장기적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할 중요한 시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