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변화하고 있는 세계 경제는 각 시점에서 서로 다른 이슈들이 전개된다. 2024년과 2025년을 비교하면, 경제의 중점이 미묘하게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인플레이션의 상황은 계속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AI 확산과 맞물려 재빨리 재편되고 있으며 AI 산업은 상업화를 넘어 산업 전반에 녹아들고 있다.
인플레이션: 진정된 물가, 그 이면의 긴장감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의 행보가 계속되던 시기였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과 식료품 물가가 치솟는 것을 막지 못했다. 한국 역시 2023년의 고물가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고, 이에 따라 소비 위축과 기업 이익 감소가 겹치며 내수 경기 부진이 지속됐다. 하지만 2025년으로 넘어오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유지하거나 일부 국가에서는 인하 조짐을 보이면서도 아직까지는 시장은 다시 투자와 소비가 얼어붙어 있는 모습이다. 그래도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전반적인 가격 상승 압력이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플레이션 안정은 마냥 회복의 신호로 보기엔 이르다. 낮은 소비와 제조업 부진, 그리고 중국 경제의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과 '스태그네이션(경기 정체; 장기간의 저조한 경제성장,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과는 다른 용어)'의 교차점에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물가는 내려갔지만 이것이 경제가 살아났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또한, 중앙은행들의 금리 정책이 여전히 예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이 언제든 재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 예를 들면 중동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최근의 인도-파키스탄과 같은 사태가 다시 공급망을 흔든다면 물가의 반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고용시장: 단순 실업률보다 중요한 노동의 질
2024년의 고용시장은 팬데믹 회복기와 고금리로 인한 투자 위축이 겹치며 비정규직 증가와 청년실업 문제가 대두되었던 시기였다. 특히 기술직과 사무직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졌으며,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대기업은 인건비 부담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반면 2025년에는 AI 기술의 본격적인 도입이 고용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사무직, 법률보조, 콜센터, 마케팅 기획 등 기존에는 안정적인 직군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도 자동화와 AI 대체가 현실이 되어 재교육과 전직이 중요한 사회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생산성 중심 구조’로 전환하며, 단순 업무는 AI에 맡기게 되었고 사람은 창의력 기반의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시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의 양보다 고용의 질, 즉 직무의 내용 변화와 새로운 스킬셋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청년층의 경우, 전통적인 대기업 선호에서 벗어나 AI 개발, 데이터 분석, 블록체인 기술, UX디자인 등 신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으로 방향을 트는 경향이 뚜렷해졌으며, 이는 고용시장의 중심축 자체가 이동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25년 고용시장은 ‘누가 일하느냐’보다 ‘무엇을 하느냐’가 훨씬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사회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AI 산업: 실험을 넘어 전 산업의 필수 인프라로
2024년은 생성형 AI의 가능성이 충분히 증명한 한 해였다고 본다. 챗GPT와 같은 모델의 상업적 성공은 많은 기업들에게 AI 도입을 고려하게 만들었고, 다양한 파일럿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규제 부족, 데이터 편향, 저작권 문제 등의 윤리적·법적 장벽이 분명히 존재하며, AI의 실사용 비중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2025년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본다. 글로벌 IT기업은 물론, 금융, 유통, 제조, 교육 등 거의 모든 산업군에서 AI가 일시적인 ‘파일럿’이 아닌 당연한 ‘인프라’로 정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 응대는 AI 챗봇이 대부분 처리하며, 제조현장에서는 AI 기반 공정 자동화가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당연히 인건의 노동보다 24시간을 대체할 수 있는 AI가 자리를 잡을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은 AI 윤리 가이드라인과 법제화를 병행하면서 AI 사용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있으며, 고도화된 데이터 가공, 학습 모델의 세분화 등 기술 진보도 점점 빠르게 진행화되고 있다. 특히 멀티모달 AI, 온디바이스 AI 등 새로운 기술이 현실화되어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윤리 감사자’, ‘모델 트레이너’ 등의 새로운 직업들이 생기고 있으며 이는 향후 노동시장 구조 자체의 다채로운 변화를 예고한다고 본다.
2024년은 고물가, 경기침체, 기술 불확실성의 시대로 모든 이들이 불안감과 위축된 심리를 가지고 있었다면 2025년은 경제 구조 자체가 바뀌어가는 전환기일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어느정도 수그러들었지만 성장의 동력은 여전히 미지의 상태로 남아있으며 고용은 단순 실업률보다 직무의 본질 변화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되어간다. AI 산업은 이제 실험 단계를 넘어서 모든 산업의 근간으로 자리잡을 것이고 이에 따라 경제의 논리와 해법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후부터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민감한 감지력, 기민한 행동력 그리고 능동적인 대응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