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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볼 만한 전쟁경제 이론

by courtside 2025.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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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리스크가 잦아지고 있는 오늘날, 경제학계에서는 '전쟁경제(War Economy)' 이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전쟁은 단순히 정치적 충돌을 넘어서 국가 경제 구조와 국제시장의 흐름을 크게 뒤흔든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시 주목받는다 하면 왜 그런지 살펴보도록 하자.

주목해볼 만한 전쟁경제 이론

전쟁경제란 무엇인가? (기본 개념과 배경)

전쟁경제란 국가가 전시 상황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고, 경제 구조를 전쟁 목적에 맞게 조정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이 개념은 20세기 발생했던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발전했으며 이에 따라 국가는 생산수단을 통제하고, 민간 소비를 제한하며, 군수산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재편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체제 하에서 정부 주도의 계획경제가 일시적으로 강화되며, 물자 배급제, 가격 통제, 기업 국유화 등이 동반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1939~1945) 당시 미국과 독일은 모두 전쟁경제 체제를 도입해 군수물자 생산을 극대화하였고, 노동력을 전면 동원하여 경제를 군사적 목적에 맞게 재조정하였다. 이후 냉전 시기(1947-1991)에는 무기 경쟁과 군사기술 개발이 국가 경제 정책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는 형세였다. 최근 이 개념은 재래식 전면전 상황뿐 아니라, 테러, 사이버전, 무역전쟁 등 새로운 형태의 갈등에도 적용되고 있음이다. 예를 들어, 러-우 전쟁에서는 양국 모두 자원을 군수산업과 전쟁 수행에 집중했으며, 서방의 제재를 통하여 러시아 경제는 반(反)글로벌화 방향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국제 경제질서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전쟁경제의 핵심 효과: 산업, 금융, 무역 변화

전쟁경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 내부 및 국제시장을 바꾸어놓는다.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산업 구조의 재편이라 볼 수 있다. 평시에는 소비재 생산이 중심이 되나 전쟁경제 체제에서는 방위산업, 중공업, 물류, 에너지 산업이 경제의 중심축으로 바뀌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민간 기업들은 군수물자 조달에 참여하며, 특정 기업의 실적과 가치가 전시에 따라 급격히 변할 수 있다. 금융시장 역시 전쟁 리스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전쟁이 시작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금, 미국 국채, 스위스 프랑 등으로 자금이 몰리게 된다. 반대로 신흥국 통화와 고위험 자산은 급락세를 보이고 환율 및 금리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다. 예컨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러시아 루블화는 일시적으로 폭락했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역 구조 역시 전쟁경제 하에서는 급격히 변화하게 되는데 국제적 제재, 보복관세, 공급망 단절 등으로 인해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각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 체계와 전략적 자원 확보에 집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주변 국가나 세계경제 흐름과 반대로 가는 현상)’ 현상이 심화되며 일부 국가는 자급자족형 경제 모델을 시도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화의 후퇴,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에 적용되는 전쟁경제 이론의 예시

전면전 상황 외에도 현대에는 다양한 전쟁경제의 변형이 관측되곤 한다. 사이버전은 대표적인 현대의 전쟁 방식으로,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 없이도 국가 인프라와 금융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 이로 인해 사이버 보안 산업,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등 특정 산업이 ‘군수산업’처럼 부각되고 있으며, 국가의 전략 산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예로는 최근 북한에서 자행하고 있는 해킹 또한 사이버전이 일환으로 볼 수있을 것이다). 또한 무역전쟁과 경제 제재 역시 전쟁경제 이론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제재 조치 등은 특정 산업의 생산·수출 구조를 근본적인 형태마저 바꾸고 있으며, 이는 공급망 재편과 기술 블록화(Tech Decoupling)를 촉진하고 있다. 전통적인 무기 대신, 반도체, AI, 희토류와 같은 전략 자원이 ‘경제 무기’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2024년부터 중국에 대한 반도체 및 AI 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강화하면서 기술 패권을 둘러싼 전쟁경제 전략을 실현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은 이를 대응하기 위해 자체 기술 생산과 자립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은 양국 모두 전시경제처럼 전략 산업 중심의 예산배분과 규제정책을 강화하는 형태로 보인다. 이처럼 현대의 전쟁경제는 군사, 경제, 기술, 정보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로 진화하고 있고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세계 산업과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전쟁경제 이론은 과거의 전면전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틀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며 이로 인해 전쟁경제의 개념은 단순함을 벗어나 더 폭넓고 복잡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산업구조, 무역환경, 금융시장 모두가 이 영향을 받으며 변화하고 있는 지금, 전쟁경제 이론은 단순한 학문적 분석을 넘어서 실질적인 경제전략의 핵심 도구로 떠오르고 있음을 인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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