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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성공한 글로벌 기업처럼 보였지만, 단기간에 몰락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 특히 엔론, FTX, 테라루나는 각기 다른 시대와 산업에서 활동했지만, 유사한 붕괴의 패턴을 보여주며 전 세계 투자자와 경제 시스템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엔론: 숫자로 포장된 거짓의 제국
2001년 파산한 엔론(Enron)은 한때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에너지 기업으로 평가받았었다. 하지만 그 실체는 회계 조작과 부채 은폐에 기초한 모래성에 불과했다. 엔론은 '특수목적법인(SPE(Special Purpose Entity); 회계처리를 위한 특수목적법인, 자산과 부채를 본 회사의 재무제표에서 분리하기 위해 사용)'을 만들어 부채를 장부 밖으로 숨기고, 수익을 부풀려 투자자들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 엔론의 회계는 실제보다 건전한 재무구조처럼 보이게 했고, 세계적 회계법인 아서앤더슨(Arthur Andersen)까지 이를 묵인하면서 사태는 더 커졌다. 결국 내부 고발과 언론 보도를 통해 조작이 드러났고, 주가는 순식간에 폭락하며 수많은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 사건은 회계 투명성과 기업 윤리, 그리고 정부 규제의 중요성을 일깨워줬으며, 미국에서는 이후 사베인스-옥슬리법(SOX법, 1)CEO, CFO의 인증요구, 2)감사위원회의 독립성, 3)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축)이 제정되는 계기가 되었다.
FTX: 암호화폐 시대의 폰지게임
2022년 말 파산한 FTX는 암호화폐 거래소 중 가장 급성장한 기업 중 하나였다.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크립토계의 워렌 버핏'이라 불리며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졌지만, 그의 성공은 고객 자산을 이용한 내부거래와 유동성 불일치에 기반하고 있었다.
FTX는 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와의 비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투자 손실을 숨기고, 자체 발행 토큰인 FTT를 담보로 자금을 돌리는 구조를 유지했다. 이는 사실상 현대판 폰지 사기(Ponzi Scheme; 실제의 이윤을 거의 창출하지 않으면서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을 모은 뒤 그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구조였으며, 투자자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유동성 위기가 급격하게 퍼져나갔다. FTX의 몰락은 암호화폐 산업의 규제 부재와 내부 감시 시스템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 순간이었다.
테라루나: 알고리즘 붕괴가 부른 참사
한국 출신 프로젝트였던 테라(Terra)와 루나(LUNA)는 2022년 암호화폐 시장 최대 붕괴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테라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UST를 통해 달러와 연동된 자산을 만들고자 했지만, 시스템적 결함과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내지 못했다.
UST와 루나는 서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소각과 발행을 반복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했지만, 이는 극도의 시장 변동성 앞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UST를 매도하면서 루나의 신규 발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루나의 가치가 사실상 0에 수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테라루나 사태는 분산금융(DeFi; Decentralized Finance) 시스템의 기술적 허점과 과도한 레버리지, 그리고 무분별한 기대감이 결합되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엔론, FTX, 테라루나—세가지 사태는 서로 다른 시대와 분야에서 발생했지만, 모두 ‘과신’, ‘불투명성’, ‘내부 통제 실패’라는 공통된 붕괴 요인을 갖고 있었다. 투자자는 기술력이나 외형적 성공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기업의 기초 체력, 구조적 안정성, 투명한 정보 공개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